잡지에서 읽은 시

흥수아이/ 우정연

검지 정숙자 2021. 2. 9. 23:32

 

    흥수아이

 

    우정연

 

 

  노현리 두루봉 흥수굴에 보랏빗 국화 무더기에 싸인 어린 영혼이 있어 어미의 젖가슴 담겨 감을 수 없는 그윽한 눈망울 있어 울먹이다 출렁거리며 빗살무늬 토기의 투박함을 기억하려는 촉촉한 그리움 있어

 

  가는 마음, 보내는 마음. 칡넝쿨처럼 수수만년 거슬러 올라 가느다랗게 맥을 이어 그 어미와 어미의 뼈와 살로 들숨 날숨 엮어온 한 여인의 눈길이 아이의 휑한 눈언저리에 머물러 숨이 멎는 듯 가슴이 저려와 쉬이 떼지 못하는 발걸음 돌덩이처럼 무겁다

 

  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 어머니 가슴에 별로 박힌 흔적, 꽃으로 살겠습니다 부디 강건하시고 평온하시어요 

 

  잔잔한 입매무새의 흥수아이*는 면면히 숨결을 이어 오늘에 살아 태중인 듯 꿈속인 듯 콧잔등 씰룩씰룩 어미를 그리워하며 긴 어둠 속을 꼬리별처럼 유영 중이다.

    -전문-

  

 

  * 흥수아이: 국립청주박물관에 보존된 4만 년 전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5-6세 아이의 화석

 

  -------------------

  * 『미당문학』 2021-상반기호 <오늘의 시인>에서

  * 우정연/ 전남 광양 출생, 2013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송광사 가는 길』 『자작나무 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