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정원
이린아
두 날개로도 충분히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현란하고 불규칙적으로 날아야 하므로 네 날개가 필요합니다
그는 우리가 나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훨훨 날기 위해서는 간지럼을 버텨야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은 종종 나비처럼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면 모두 난데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고 성서의 구절을 외우며 그의 뒤를 쫓았다. 물감을 뿌리고 반으로 접었다 펴면 그 사람은 나비를 떠올렸고 우리는 자신의 깊숙한 곳을 떠올렸다. 그는 그곳에서 나비가 자라는 중인 거야, 했지만 우리에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자랐다.
그는 우리를 자주 나비정원으로 데려갔다.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가 나비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비들은 정원 선반에 앉아 날개를 오므려 세웠고, 그는 정원 모서리 낡은 요에 앉아 우리의 다리를 오므려 세웠다. 우리는 모두 간지럼에 수분을 겨우 버텼고 결국엔 양다리를 털썩 바닥으로 떨궜다. 나비는 이파리에 알을 낳고 그는 우리의 배 위에 알을 낳았다.
창가엔 늘 그것을 지켜보는 나비가 있었다. 나비는 우리가 쓰러지면 곧 펄럭이며 날아갔고 우리 몸은 곰팡이가 피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나비에게 물려도 죽은 사람은 없지만 아마존 나비에게 물리면 배탈이 난다는데, 우리는 그 사람을 종종 아마존 나비라 생각했다.
너도 배탈이 났니. 창가의 나비가 좀처럼 펄럭이지 않았다. 그는 바느질함 속 작은 침을 나비의 가슴에 꽂아 주었다. 관통한 나비의 등이 미세하게 펄럭였다. 우리도 잠시, 미세하게 펄럭였다.
액자 속 나비의 날개가 매미처럼 투명해졌다. 그는 나비의 날개가 투명해지면 천국에 간 것이라 했다. 나비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어떻게 날았는지 모를 텐데. 우리는 잠시 그 사람이 새라고 생각했다. 새들은 눈치채기 못할 것이지만 투명하지 않은 나비는 없잖아,
나비정원에는 꽃가루를 옮기는 나비도 있지만 일부 네발나비들은 동물의 사체를 좋아한다. 아마존에서는 뱀눈새가 나비를 진흙에 찍어 먹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 사람을 종종 뱀눈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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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2021-1월(창간)호 <시-움>에서
* 이린아/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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