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크리스마스이브/ 석미화

검지 정숙자 2021. 2. 5. 03:36

 

    크리스마스이브

 

    석미화

 

 

  모두가 추위로 일그러졌을 때 사람들은 서로에게 평화로워 보인다고 말했지

 

  미사보다 떡국을 먹고 싶어 크리스마스이브 날 대성당으로 갔어 젊은 사제가 떡국을 끓이고 있었어

 

  돌아서서 곧 오백 인분을 더 끓인다고 했어 온통 웃음을 지으며 오늘은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날 천사여 어서들 오세요 누군가 말했어

 

  김 서린 얼굴들은 십자가를 올려다보며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떡국을 맛있게 먹었지 조금씩 젖으며, 조용히 뜨거운 국물을 먹고 있었지 끝없이 눈은 내리고

 

  붉은 트리가 세워진 십자가 아래 

  몰려온 무리들이 줄어들지 않고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지

 

  천사여 이제 어디로 가나요 그날은 참 슬픈 날이었지 얼어붙은 표정으로 일그러졌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찬미하자 찬미하자 또다시 몰려오는 눈구름, 모두가 더없이 좋아 보인다고 말하는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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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1-1월(창간)호 <시-움>에서

   * 석미화/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 2014년 『시인수첩』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