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파수꾼/ 박성현

검지 정숙자 2021. 2. 5. 03:06

 

    파수꾼

 

    박성현

 

 

  내가 나를 볼 수 없었네 내가 나를 찾아낼 수 없었네 햇살이 깃든 저 문을, 나의 밤을 열 수 없었네 나는 나의 불필요한 감정 혹은 계절 없는 하루와 끝이었네 내가 딛고 선 징검다리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정만 남았네 무너지는 마음은 무너지고 말 것이지만 멀리서 달려오는 것은 오래전에 죽은 나였네 결국 나는 나의 부정어였네 내가 나로 스며들지 못한 봄날이었네 손끝을 잘라 심지를 만들고 불을 밝혔지만 얼음만 타들어갔네 나의 계절 없는 하루와 끝에서 새는 항상 오래전에 죽은 새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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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인』 2021-1월(창간)호 <시-움>에서

  * 박성현/ 2009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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