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무너지리라
김창범
걷다가 무너지리라.
내 걸음이 끝나는 그곳에 멈추어
먼지처럼 무너지리라.
그가 부르는 곳
그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리라.
나를 묻으러 가리라.
종일 땀을 흘리며 걷다가
또 걸어갈 멀고 먼 길을 바라보며
내가 묻혀야 할 그곳을 찾아가리라.
동서남북 어디로도 길은 있지만
나를 부르는 곳에 멈추어 묻히리라.
돌단을 쌓아 나를 묻고 가리라.
그가 부르는 곳을 향해
문득 일어나리라. 일어나 또 걸어가리라.
어딘가 나를 묻으러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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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Ⅱ> 에서
* 김창범/ 197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봄의 소리』 『노르웨이 연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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