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걷다가 무너지리라/ 김창범

검지 정숙자 2021. 2. 1. 18:02

 

    걷다가 무너지리라

 

    김창범

 

 

  걷다가 무너지리라.

  내 걸음이 끝나는 그곳에 멈추어

  먼지처럼 무너지리라.

 

  그가 부르는 곳

  그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리라.

  나를 묻으러 가리라.

 

  종일 땀을 흘리며 걷다가

  또 걸어갈 멀고 먼 길을 바라보며

  내가 묻혀야 할 그곳을 찾아가리라.

 

  동서남북 어디로도 길은 있지만

  나를 부르는 곳에 멈추어 묻히리라.

  돌단을 쌓아 나를 묻고 가리라.

 

  그가 부르는 곳을 향해

  문득 일어나리라. 일어나 또 걸어가리라.

  어딘가 나를 묻으러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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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 에서

   * 김창범/ 197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봄의 소리』 『노르웨이 연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