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서정임
강이 얼었다 겹겹 마스크를 쓴
물의 차단이 두껍다
긴급구조요청 소리가 들려온다
강의 한복판 표면 위에서
온몸을 파닥이고 있는 물고기 한 마리
어느 묘혈 속으로 빠져들지 모르는 불안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구멍 밖 구멍은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구멍을 파고
강의 차단 밖 세상을 알기 위한 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빠져나온 구멍을 되찾고 있는 긴박한 소리에도
일제히 침잠하고 있는 강 속의 물고기들
저 강은 내가 머물러 있어야 할 세계였다
하지만 둘레를 치고 치는 강의 차단에 숨이 막힌 우리는
세상 밖 세상을 향한 의문을 물풀처럼 키우고
너와 내가 모색한 도전이 한낮 나만의
무모한 돌발로 그쳐버린 저
왜가리 한 마리 날아든다
하얀 소매 자락 속 덮여가는 물고기
그 한겨울 강가에는
한 잎 입 없는 입으로 서있는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려 우는 바람 소리가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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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Ⅲ> 에서
* 서정임/ 2006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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