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인간
권기만
열 번째 바꾼 몸을 본다 목 아래를 잘라내고
머리만 옮겨 붙이는 게 단두대에 서는 기분이다
달라진 심장박동에 적응하는 동안
운동근육을 다시 만드는 불편은 개선되지 않았다
감각은 풍부하지만
영혼과 교접이 있어야 세밀해진다
600년을 지나오는 동안
몸 바뀌는 게 싫다고 죽음에 든 친구들
기억 속 젊음을 몸에 맞추려니 도무지 생경하다
스스로 죽음에 든 만큼만 허용되는 출산
몸 바꾸면 임신은 허락 되지 않는다
마젤란은하로 우주여행을 가려고 바꾼 몸
꾸덕꾸덕 말라가는 황태 같다
거친 피부가 얼려서 가둔 바람 같다
설렘 없는 영혼은 황폐하다
가슴 벅찬 열망이 온몸을 적실 때
몸에서 피는 설렘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 한
죽은 친구의 얼굴이 칼날처럼 스친다
사랑하던 사람을 보내고 견디는 삶
매순간이 초극이다 혼자 남은 시간이
얼음처럼 뼛속에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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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Ⅰ> 에서
* 권기만/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발 달린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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