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대체 인간/ 권기만

검지 정숙자 2021. 2. 1. 17:31

 

    대체 인간

 

    권기만

 

   

  열 번째 바꾼 몸을 본다 목 아래를 잘라내고

  머리만 옮겨 붙이는 게 단두대에 서는 기분이다

  달라진 심장박동에 적응하는 동안

  운동근육을 다시 만드는 불편은 개선되지 않았다

  감각은 풍부하지만

  영혼과 교접이 있어야 세밀해진다

 

  600년을 지나오는 동안

  몸 바뀌는 게 싫다고 죽음에 든 친구들

  기억 속 젊음을 몸에 맞추려니 도무지 생경하다

  스스로 죽음에 든 만큼만 허용되는 출산

  몸 바꾸면 임신은 허락 되지 않는다

 

  마젤란은하로 우주여행을 가려고 바꾼 몸

  꾸덕꾸덕 말라가는 황태 같다

  거친 피부가 얼려서 가둔 바람 같다

 

  설렘 없는 영혼은 황폐하다

  가슴 벅찬 열망이 온몸을 적실 때

  몸에서 피는 설렘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 한

  죽은 친구의 얼굴이 칼날처럼 스친다

  사랑하던 사람을 보내고 견디는 삶

  매순간이 초극이다 혼자 남은 시간이

  얼음처럼 뼛속에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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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 에서

    * 권기만/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발 달린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