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김춘희
직선의 온도는 뜨겁다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가파른 말들이
직선의 온도로 들끓던 날들이었다
홀로 선 대나무는 구부러지지 않고
마디마디 자신과 단절하며
속이 텅텅 비어서 외로운 직립의 길을 떠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는 울지 않았다
귀 밝은 밤이면 누군가 강둑에 앉아 울고 있었다
어린 시간에 갇힌 울음은
안으로 안으로 스며들어 강을 따라 흘렀다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고 주먹을 쥐어
견뎌야 하는 것들을 알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서툴거나 더디어
완만한 산등성이에 이르지 못한
네모나고 뾰족한 선들
바깥으로 향하지 못하고
내면 깊숙이 서늘한 무늬로 새겨지곤 했다
직선의 씨줄과 날줄이 엮는
예언 같은 건 애당초 믿지 않았으나
등 시린 계절이 오가는 동안
휘어지지 않고 삭제되어 가던 불구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오래 폭우의 하늘을 지나
뒤돌아선 굽잇길에는 곡선들 길게 이어졌다
더는 그립지 않은 것들이 많아지고
직선의 기억들이 자주 희미해져 가는 시간
직선과 곡선의 차이는
시간의 들숨과 날숨 그 어디쯤이었다
----------------
*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Ⅱ> 에서
* 김춘희/ 2015년 『문학과의식』으로 & 2015년 『여행작가』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체 인간/ 권기만 (0) | 2021.02.01 |
|---|---|
| 이택화_순수의 다양한 이미지...(발췌)/ 더듬어도 걸어서 : 조승래 (0) | 2021.02.01 |
| 기도/ 김정애 (0) | 2021.02.01 |
| 스크래치/ 김서하 (0) | 2021.02.01 |
| 땅 냄새/ 장승기 (0) | 2021.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