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기도/ 김정애

검지 정숙자 2021. 2. 1. 02:51

 

    기도

 

    김정애

 

 

  섬진강이 범람하고

  서시천 제방이 무너진 날

  우사牛舍에 정적이 흐른다

  소 눈에 얹어진

  주인 눈동자가 깊어진다

 

  꼭 살아서 만나자

 

  눈물과 빗물이 함께 흐르고

  길이란 길은 모두 물길에 휩싸일 때

  방생만이

  함께 사는 길이라고

  축사 문을 열어준다

 

  나무가 옆으로 누워있고

  자동차가 헤엄치고

  물에 갇힌 마을이 허우적거린다

 

  먹구름은 우레처럼 살아나고  

  사성암 대웅전 앞마당

  피안에 든 소 떼는

  축사 쪽을 향하여 되새김질하고 있다

 

  꼭 살아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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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 에서

   * 김정애/ 여수 출생, 201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꽃을 번역하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