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김정애
섬진강이 범람하고
서시천 제방이 무너진 날
우사牛舍에 정적이 흐른다
소 눈에 얹어진
주인 눈동자가 깊어진다
꼭 살아서 만나자
눈물과 빗물이 함께 흐르고
길이란 길은 모두 물길에 휩싸일 때
방생만이
함께 사는 길이라고
축사 문을 열어준다
나무가 옆으로 누워있고
자동차가 헤엄치고
물에 갇힌 마을이 허우적거린다
먹구름은 우레처럼 살아나고
사성암 대웅전 앞마당
피안에 든 소 떼는
축사 쪽을 향하여 되새김질하고 있다
꼭 살아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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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Ⅰ> 에서
* 김정애/ 여수 출생, 201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꽃을 번역하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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