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선인장
정선희
손바닥은 손바닥을 낳고
아래위로 새끼를 쳤다
탑처럼 쌓여가는 손바닥
그 위에 내 손을 포갤 때마다
솜털 같은 가시로 나를 밀어내는,
가시가 있다는 말은 한없이 여리다는 말
부드러운 것이 더 강하다는 사막의 입구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막의 출구
거의 다 도착했다고 느꼈을 때
아직, 손바닥 안이라는 것
손금을 따라 돌고 돌았던 구릉들
천년 동안 허공에 손바닥을 쌓았단 말인가
저 손바닥이 모여 구름을 이루고 바람을 만들고 비가 되어 내리는 출입구
역광으로 비친
천수관음 손바닥 안에 사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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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래시학』 2020-겨울(35)호 <미래시학 시단 Ⅲ> 에서
* 정선희/ 경남 진주 출생, 2012년 『문학과의식』으로 &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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