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전해수_'우리'는 없지만(발췌)/ 의정부북부역 : 김점용

검지 정숙자 2021. 1. 31. 02:56

 

    의정부북부역

 

    김점용

 

 

  눈 내리는 의정부북부역 앞에서

  북부역이 어디냐고 묻는다

  사라진 이름

  사라진 사람들

  사람들은 한결같이 저 위쪽이라고 손가락질로 대답한다

  그리운 북부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북부역으로 북부역으로 밀려 올라갔을까

 

  북부역

  어딘지 모르게 끝까지 밀려간 느낌

  모두가 떠나간 곳에서

  꿈도 바다도 없는 곳

  너의 대답도 아무 대책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

 

  모든 일이 기적이었지

  첫눈 한 송이

  옛날순대국집에 피어오르던 김발

 

  부용천변에 마른 갈잎 흔들리는 일조차

  기적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었지

  

  어느 해 초가을

  국화분을 들고

  널 찾아간 적이 있었지

  오뎅국물 세 컵을 다 마실 때까지

  아무도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 주지 않았어

  그냥 북쪽으로만 갔다고 했지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의정부북부역이 어디냐고 물어도

  사람들은 묵묵부답

 

  아무래도 나는

  좀 더 북쪽으로 가야 할 것 같네

     -전문, 『문예바다』, 2020-가을

 

 

  ▶ '우리'는 없지만(발췌) _ 전해수/ 문학평론가

  결국 '우리'는 없는가. "나 혼자만 남아 먼 사랑을 하였다"고 고백하는 「의정부북부역」의 시적 화자는 길을 잃어버렸다. 이미 북쪽에 당도했지만 이정표를 찾으며 "의정부북부역"에서 좀 더 북쪽으로 향해야 한다는 막막함으로 '나'는 '너'와 결별하고 있다. 그런 것 같다. 김점용 시인에게 (길을) 찾는다는 것은 (길을) 잃어버렸다는 의미의 반증으로 사용된다. "아무도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 주지 않으"므로 의정부북부역에서 서성이며 다시 북쪽을 향하는 일은 오로지 혼자만의 외로운 노정인 것이다. 스스로를 길의 끝으로 내몰며, 사랑은 북쪽으로만 갔다고 고집스럽게 믿으며, 잃어버린 너를 찾아 좀 더 북쪽으로 홀로 발길을 내딛고는 외로움의 극한을 마주한다. 마주하며 홀로 마주하는 스스로를 연민으로 위무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리'는 끝내 만나지 못할 운명인 것 같다. 사람들은 좀비처럼 냉랭한 시선으로 묵묵부답 외면하고, 이내 모두 "사라진 이름/ 사라진 사람들" 뿐인 망망한 저 길 앞에서, 길을 놓친 화자의 좌절과 회한이 깊어지고 있다. "한결같이 저 위쪽이라고 손가락질"만 하는 사람들의 묵언에 '나'는 "모두가 떠나간 곳"을 찾아 "혼자" 그저 북쪽만을 향할 뿐이다. '나'만 홀로이고, '우리'는 이제 없다./ 아프고 눈물겹다. (p. 시 351-352/ 론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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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문예바다』 2020-겨울(29)호 <계평-시평> 에서

  * 전해수/ 2005년 『문학선』으로 평론 부문 등단, 저서 『목어와 낙타』 『비평의 시그널』 『메타모포시스 시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