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적과의 동침/ 한영수

검지 정숙자 2021. 1. 30. 12:46

 

    적과의 동침

 

    한영수

 

 

  감자를 갉았다 아파트 5층에서 싹은 두고 흰 살만 먹은 생쥐는 

  어떻게 알았을까 싹이 독인 것을 닫힌 문도 열린다는 것을

 

  엎어둔 함지박이며 묵은 연장통

  어디를 뒤집어야 들킬까

  어떻게 쑤셔야 잡힐까

  쥐덫?

  쥐약?

  이런 말은 지워버리고 싶고

  세탁기며 창문을 흔들어본다

  혼자 왔나?

  일가족이?

 

  바깥은 겨울

  굶는 데는 내부 외부가 없다

  입을 조그맣게 벌리고 조용히 다가와

  같이 먹고 같이 좀 살자는 게 나쁜가

  그러니까 종지기 동화작가의 친구였다는 빌뱅이언덕 아래 쥐와 침몰하는 배를 감지하고 먼저 달아나는 쥐들의 연연세세 목숨과 12분이면 지뢰를 찾아낸다는 아프리카 내전 지역의 주머니쥐 쥐눈이콩 닮은 눈동자가 떠오르는 것인데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쥐구멍의 햇볕에 대해

  쥐젖에 대해

  나는 쥐뿔도 모르고

  어제 읽은 소설은 또 속삭인다

  한 마리 쥐에서 시작되는 한 도시의 폐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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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서정시학』 2020-겨울(88)호 <신작시> 에서

   * 한영수/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케냐의 장미 』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