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화엄사 범종/ 홍용희

검지 정숙자 2021. 1. 30. 13:04

 

    화엄사 범종

 

    홍용희

 

 

  이제는

  고요한 중심을 살 수 있을 것인가

 

  머리를 없애고

  팔도 다리도 버렸으니

 

  온종일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에

  잠들 수 있을 것인가

 

  허공들이

  말없이

  목숨을 바꾸어

  새벽이 오고, 밤이 오고,

 

  머리를 없애고

  팔도 다리도 버렸으니

 

  떨림이 없을 것인가

  울음이 없을 것인가

  지옥이 없을 것인가

 

  

  ----------------

  * 계간 『서정시학』 2020-겨울(88)호 <신작시> 에서

  * 홍용희/ 1995년 ⟪중앙일보⟫로 평론 부문 & 2017년 『시작』으로 시 부문 등단, 평론집 『꽃과 어둠의 산조』 『고요한 중심을 찾아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