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내가 만드는 아침/ 백현

검지 정숙자 2021. 1. 30. 02:24

 

    내가 만드는 아침

 

    백현

 

 

  깨어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 필요하다 북해의 절벽 쉼 없이 튀어 오르는 파도에 부서지는 검은 아침, 아프리카 밀림의 풀과 나무들 새와 코뿔소와 코끼리가 펼쳐내는 소리와 색깔의 아침, 아라비아 사막의 무수한 모래알들이 품었다가 쏘나내는 빛의 아침을 불러온다

 

  비둘기가 창틀에 앉아 붉은 눈으로 나를 쏘아본다 창밖엔 당연하게 아파트와 빌딩이 늘어서 있고 자동차의 열기로 지글대는 도로가 지평선으로 누워있다 멀리 흐릿한 하늘과 산이 원경을 반씩 나눈다

 

  머리 속에서 내가 통과했던 모든 아침을 소환한다 옷을 입고 밖으로 걸어 나가면 너 아니면 나를 고발하는 핸드 마이크 소리가 귀를 때린다 오늘도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찬 아침을 들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건너온다 사전 사고와 분쟁으로  거침없이 타오르는 사람들이 교차로에서 들끓는 아침을 내게 건네준다 이제 내가 만드는 아침을 전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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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서정시학』 2020-겨울(88)호 <신작시> 에서

  * 백현/ 1987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세상의 쓸쓸함을 불러 모아 』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