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오세영
사랑을 위해선
왕관도 옥좌도 모두
초개같이 버렸구나.
무굴제국 제5대
샤 자한 왕,
그러나 이 지상에서의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영원할 수
없는 것,
그래서 그대는 그대의 사랑을
덧없이 바람에 흩날리는
종이 위의 문자文字로 쓰기보다
인도 대륙의 가장 단단한 반석 위에
가장 단단한 돌에 새기고자
했던가,
아그라 성 남쪽 한 언덕에
고즈넉이 서서 오늘도
흐르는 자무나의 저녁 강물에게
조용히 읊조리고 있는
타지마 할.
대리석과 보석으로 쓰여진
그 슬픈 사랑의
시 한 편.
-전문-
▶ 나를 만나기 위한 순례의 길(발췌)_ 이경수/ 문학평론가
샤 자한 왕은 시장에서 장신구를 팔고 있던 열아홉의 바누 베감을 우연히 보고 첫눈에 반해 왕비로 맞아들이고 '황금의 보석'이라는 의미의 뭄타즈 마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뭄타즈 마할은 샤 자한 왕의 두 번째 부인이었고 그에게는 오천 명이나 되는 후궁이 있었지만 오로지 뭄타즈 마할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의 사랑에도 끝이 있었다.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서 전쟁터에까지 대동했던 왕비가 데칸 고원의 야전 천막에서 열네 번째 왕자를 출산하다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슬픔에 잠긴 샤 자한은 반미치광이가 되어 타지마할을 짓는 데 남은 생을 다 쏟아붓는다. 타지마할은 인도, 페르시아, 중아아시아 등지에서 온 건축가들의 공동 설계로 1632년에 착공되어 매일 이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동원되었으며, 타지마할 전체가 완공되기까지 22년이라는 세월과 4천만 루피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재정의 파탄과 왕위 승계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결국 샤 자한 왕은 타지마할이 완공되고 10년 뒤에 막내아들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아그라 요새의 탑에 유폐된다. 타지마할 궁은 못다 한 사랑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광기로 변하는지 보여준 결과물인 셈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그런 만큼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타지마할을 보고 시의 주체는 "사랑을 위해선/ 왕관도 옥좌도 모두/ 초개같이 버"린 무굴제국 제5대 샤 자한 왕"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왕비의 죽음으로 "지상에서의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대의 사랑을" "인도 대륙의 가장 단단한 반석 위에/ 가장 단단한 돌에 새기고자" 한 것인지 모른다. 타지마할을 두고 "영원의 얼굴 위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라고 일컬었던 타고르처럼 타지마할이 읊조리는 사랑의 노래는 지금도 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오세영 또한 "대리석과 보석으로 쓰여진/ 그 슬픈 사랑의/ 시 한 편"을 그로부터 읽어낸다. 지상의 권력은 그의 것이었으나 사랑은 그조차 영원히 소유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침내 사랑을 위해 왕관과 옥좌마저 초개같이 버리고 사랑하는 이를 기리는 행위에만 몰두했다는 점에서 화려할수록 더 슬픈 사랑의 시가 아닐 수 없다. (p. 시32/ 론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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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서정시학』 2020-겨울(88)호 <신작소시집/ 신작시/ 작품론> 에서
* 오세영/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밤하늘의 바둑판』 『북양항로』 등, 저서 『시 쓰기의 발견』 『정좌』 등
* 이경수/ 1999년 ⟪문화일보⟫로 등단, 저서 『바벨의 후예들 폐허를 걷다』 『나는 너를 지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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