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단독비행
윤이산
공중에 새 한 마리 날개를 촤-악 펼치고 힘차게 날아간다. 기상이 넘치고 활기차 보인다. 혼자인데도 우물쭈물, 중심을 놓치고 기우뚱하지 않는다. 연대가 없으니 허공은 드넓고 틈새에 끼여 주눅들 일 없다. 페이스메이커 맡을 일 없으니 부채감도 없고 안달할 일도 없다. 그에게는 오직 가닿아야만 하는 '너머'가 있을 뿐.
어깨보증 없이도 흔들림 없이, 머뭇거림 없이, 오직 제 신념에 따라, 오직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제 삶을 저어가는 새여, 결코 혼자의 비행을 멈추지 마라. 세상은 이합집산,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지만, 티끌이 묻으면 티끌만큼 궤도에서 멀어진다. 바닥에서부터 날아오른 새여, '너머'로 가는 길은 홀로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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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다층』 2020-가을(88)호 <다층 시단> 에서
* 윤이산/ 2009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물소리를 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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