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죽은 고양이가 담긴 쓰레기 봉지를 테마로 하는 연습/ 이현승

검지 정숙자 2021. 1. 25. 02:16

 

    죽은 고양이가 담긴 쓰레기 봉지를 테마로 하는 연습

 

    이현승

 

 

  오늘 아침에 딸은 아빠가 죽는 꿈을 꿨다면서 자기는 아빠가 죽으면 아빠 무덤 위에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놓아주겠다고 하고 오늘 저녁의 아들은 아빠는 엄마를 항상 다정하게 챙겨주고 보살펴주어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다. 두고 보자 가만 있지 않겠다는 사람 치고 다시 등장하는 사람은 없지만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말은 언제나 두렵다는 뜻이고 역시나 꿈보다는 해몽이 중요하지만 정작 나는 시시한 꿈만 꾼다. 아무리 열어도 또 문이 있는 꿈. 손사래를 치면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꾸 자꾸 따라붙는 오뚜기는 무슨 영화에서 총에 맞고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일어서서 걸어오는 좀비 같다. 그러게 죽여도 죽여도, 또 죽어도 죽어도 왜 죽음은 끝이 아닌건지 일생 그 끝이 두려워 이렇게 사랑하고 일하고 싸우면서 누구보다도 차근차근 죽어왔는데, 왜 죽음에는 끝이 없는가? 왜 없다는 것에는 끝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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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사사』 2020-가을(103)호 <시사사 포커스> 에서

   * 이현승/ 2002년『문예중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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