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파/ 이수익

검지 정숙자 2021. 1. 25. 01:47

 

    한파

 

    이수익

 

 

  시계탑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서 서성거린다

  말을 삼킨 사람들이 입을 봉한 채

  수상하게 빛나는 칼을 숨기면서

  뜻밖에 암살에 가담할 듯

 

  몇몇이 모여서

  다시 헤어지고

  그리고 한데 모여서

 

  전날 맺었던 침묵의 비밀결사의 약속을

  깨뜨리고

  새로운 판을 짜야겠다는 듯,

  완전한 밀사의 어둠을 겹겹이 휘두른 채

  촌각의 세력들이 수령 받았을 그 즈음

 

  지지한 세력들이 몰려서

  지나간다,

  지나간다,

  시계탑 주위를 엄호한 사람들 사이로

 

  살얼음 같은 냉혹한 계절이 시작된다

 

  아,

  입이 떨어지지 않는 지옥의

  강철 같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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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사사』 2020-가을(103)호 <신작특집> 에서

   * 이수익/ 1963⟪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