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이수익
시계탑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서 서성거린다
말을 삼킨 사람들이 입을 봉한 채
수상하게 빛나는 칼을 숨기면서
뜻밖에 암살에 가담할 듯
몇몇이 모여서
다시 헤어지고
그리고 한데 모여서
전날 맺었던 침묵의 비밀결사의 약속을
깨뜨리고
새로운 판을 짜야겠다는 듯,
완전한 밀사의 어둠을 겹겹이 휘두른 채
촌각의 세력들이 수령 받았을 그 즈음
지지한 세력들이 몰려서
지나간다,
지나간다,
시계탑 주위를 엄호한 사람들 사이로
살얼음 같은 냉혹한 계절이 시작된다
아,
입이 떨어지지 않는 지옥의
강철 같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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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사사』 2020-가을(103)호 <신작특집> 에서
* 이수익/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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