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문인
정재영/ 시인
코로나(바이러스 생략)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거나 죽어간다. 병이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은 영어에서 ~too ~to 용법처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코로나 사태에도 유익한 일은 있다. 환경공해의 일부 영역을 바이러스가 치유시키고 있다 하니, 맨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만물의 영장을 부끄럽게 만들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살펴보는 기회도 생겼다. 거리두기나 봉쇄라는 말에서 공동체가 가져다주었던 일상의 행복을 절절하게 깨달은 일은 얼마나 귀하고 훌륭한가. 단 죽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타액과 불가분의 직업으로 단순한 마스크가 유일한 산성이며, 피난처요, 요새다. 조금 다행인 것은 한가해져 밀린 일들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총리께서 이번 사태를 전쟁이라 하였다. 군의관 대위로 제대할 때 혹 전쟁이 일어나면 부조건 재입대하려 마음을 먹었다. 이젠 나이 탓에 군에서도 거절할 것이다,
염치 불구하고 비밀 하나를 밝힌다. 코로나 전쟁으로 허둥대는 사람들에게 전시戰時구호물자(?)를 보급하기로 했다. 신용대출을 받았다. 일단 나의 급한 불을 처리하고 나니 조금 여유분이 생겼다. 가까운 분들 중 코로나 전쟁으로 허둥대는 몇 사람에게 적은 금액을 쪼개 나누어 주었다, 사정이 급한 줄을 알고 빌려주는 줄 알던 이들이 갚을 필요 없다는 말에 놀라는 모습에서 보상을 미리 받은 꼴이 되었다. 비대면 예배로 어려울 교회에 특별연보도 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하나님께 감사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모든 일은 해석대로 된다 한다. 순풍이나 역풍도 해석을 잘하면 의미가 있다. 상반적인 이미지 구성 즉 양극화의 융합적 해석은 내가 주창하는 시창작론의 바탕이 된다. 유치를 잃어야 영구치가 생기는 것처럼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코로나와 전쟁 중에도 불행만 있는 건 아니고 행복도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은 원시 시대 제의 주관자나 소피스트와 유관한 언어예술가인 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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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들이 건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 『바람이 분다 · 2』 에서
* 2020. 12. 20. <문학의 집 · 서울/ 비매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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