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살 은행나무
하영
남문에서 대조루로 올라가는 왼쪽 길가
육백 살 넘은 은행나무 아래서
꽃은 피워도 열매 맺지 못하는 사연을 듣습니다
열 가마의 은행을 세금으로 내던 것을
철종시대 들어와서 스무 가마 내라 하니
걱정이 태산 같은 전등사 스님들
지혜롭고 도력 높은 추송스님 찾아가
하소연을 하였다네
한 걸음에 달려오신 백련사 추송스님
은행나무 아래에 거적을 깔고 앉아
사흘 밤낮 간절하게 기도를 하시더니
"이제, 이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오."
추상 같은 말씀에
갑자기 먹구름이 전등사를 뒤덮더니
천둥 번개 폭우가 쏟아졌다네
놀란 대중들 정신을 차려보니
기도하던 스님들은 홀연히 사라지고
그 후부터 은행이 열리지 않았다네
하늘이 노한 거라고,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탐욕은 또한 그칠 줄을 모른다고
등 뒤에서 누군가 혼잣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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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문학과창작』 2020-가을(167)호 <신작시_중견 시인 27인> 에서
* 하영/ 1989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시집 『햇빛소나기 달빛반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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