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 병
이송자
늦여름 오다 주춤대는
꼭 이맘때
사과 꽃이 향기보다 예쁘게 피다
부끄럽게 지고난 후
풋사과 조롱조롱 가지에 매달리는
꼭 이맘때
열에 들떠
서너 날 풋사과만 먹으며
출발선이 다른 뜀박질에 대해 생각했다
어른들은 사과 익히려 앓는다 했지만
사과 익을까 두려워서 앓았다
새벽을 깨무는 소리가 나는 풋사과가
소리를 잊을까 두려워서 앓았다
익지 않은 사과를 소리 나게 먹으며
소리 잃은 어른으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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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문학에스프리』 2020-겨울(35)호 <신작 시>에서
* 이송자/ 2008년 『국제문예』로 등단, 시집 『새의 코드블루』 『붉은 것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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