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속초 2/ 박성현

검지 정숙자 2020. 12. 26. 03:03

 

 

    속초 2

 

    박성현

 

 

  별이 보이지 않았다 울음을 삼키면서 해안에 나갔다 발바닥에 모래가 서걱서걱했다 별이 보이지 않아 멀리 가지 못했지만 멀리 갈 수 없으니 오래 머물러야 했다 늦은 봄과 9월에는 파도가 높고 꽃이 차가웠다 높고 차가운 것은 금방 지겨워졌다 광장에서 불 탄 회나무가 흰 재를 뿌려댔다 당신의 문을 열었던 늦은 봄과 9월에도 폭설이 내렸다 폭설이 내려 별빛이 물러섰다 하루 종일 걸어도 다시 속초였다 기다릴 수 없어 나는 머물렀다 머무르는 것과 기다리는 것은 달라 기꺼이 얼음과 달이 되었다 

 

 

   ----------------

   * 『미네르바』 2020-겨울호 <신작시> 에서

   * 박성현/ 2009⟪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