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미균
공원 풀밭 위 비둘기
한 마리
모이를 쪼아 먹다
가느다란 투명 비닐 끈에
두 발이 감겼다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날개까지 감겨
오도가도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비둘기들
아는지 모르는지
움직이지도 못하는 비둘기
주위에 있는 밥풀튀기를
주워 먹다
그 비둘기 옆을 빙빙 돌다
턱 밑에 있는 것까지
쪼아 먹다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지
모두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풀썩, 날아가 버린다
-전문-
▶세상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다(발췌)_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우리는 도시를 형성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도시에서 비둘기들이 떼 지어 사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모여살고 있지만 비둘기도 우리도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의 고통을 공동체가 방기한다면 그것은 공동체가 아니라 그냥 군집일 뿐이다. 우리 사회 역시 공동체의 가치는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기적 욕망만이 존재하고 타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 가고 있음을 이 시는 알레고리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p. 시 195/ 론 205)
----------------
* 『미네르바』 2020-겨울호 <신작 소시집/ 작품론> 에서
* 신미균/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등
* 황정산/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평론 활동, 2002년 『정신과표현』에 시 발표로 작품 활동, 저서 『주변에서 글 글쓰기』 『쉽게 쓴 문학의 이해』 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속초 2/ 박성현 (0) | 2020.12.26 |
|---|---|
| 대멸종/ 이건청 (0) | 2020.12.26 |
| 제비집 요리/ 박순원 (0) | 2020.12.25 |
| 서안나_사랑의 실패를 완성하는...(발췌)/ 애월을 그리다 : 김밝은 (0) | 2020.12.25 |
| 말문/ 김지헌 (0) | 2020.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