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산제비나비 2/ 성배순

검지 정숙자 2020. 12. 28. 01:50

 

 

    산제비나비 2

 

    성배순

 

 

  그해 여름 나는, 연두색 유충이었고

  당신은 옥색 나비였을 때

  햇살의 날개가루를 묻힌 숲이

  온통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 꽃 저 꽃의 꽃가루를

  묻히고 있었습니다

  눈부신 턱시도를 한 채.

 

  나는 연두색 나뭇잎을 갉아 먹었고

  당신은 꽃마다 골고루

  긴 대롱을 꽂았습니다.

  4월에서 8월 내내 나는

  눈멀어 당신 날개를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습니다.

  입추를 하루 앞두고 나는

  당신을 방에 가두었습니다.

  이중 삼중의 자물쇠로.

 

  소설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비밀 방을

  찰칵, 열어 보았습니다.

  아뿔싸, 당신은 어디로 갔을까요?

  방을 통째로 짊어지고

  어디로 날아갔을까요?

  옥빛의 날개가루도,

  당신도, 방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이곳은 어떤 지옥인가요?

 

  내게는 당신과 내가

  한 몸이 되고자 했던

  영원한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당신 꿈과 내 꿈 사이를 날아다니는

  산제비나비 한 마리 있었습니다.

  당신 날개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내 마음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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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여는세상』 2020-겨울(76)호 <신작> 에서

   * 성배순/ 2004 ⟪경인일보⟫ &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 『세상의 마루에서』 등, 그림책 『세종호수공원』 『250살 시장에서 100살 과일을 찾아라』, 시비책 『세종 충남 시향을 찾아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