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제비집 요리/ 박순원

검지 정숙자 2020. 12. 25. 02:54

 

 

    제비집 요리

 

    박순원

 

 

  바닷제비의 일종인 금사연金絲燕은 침으로 집을 짓는다 목구멍 속의 침샘에서 끈적이는 분비물을 뱉어내 누에가 고치를 짓듯이 머리를 저어가며 암벽에 발라 집을 만든다 첫 번째로 지은 것이 최상품으로 흰색을 띠고 있는데 임금에게 진상했기 때문에 관연官燕이라고 한다 이것을 사람들이 채취하고 나면 제비는 도리없이 다시 집을 짓는데 침이 넉넉지 못해 털도 일부 섞어 지으므로 이를 모연毛燕이라고 한다 때로는 마른침을 뱉다보니 피를 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혈연血燕이라고 한다 제비집은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제비가 해산물을 소화시킨 후 토해낸 물질이기 때문에 영양가도 풍부하다

 

  절벽에 줄을 매고 제비집을 채취하는 사람이 있고 채취한 제비집을 사는 사람 나르는 사람도 있다 여러 군데서 모인 제비집을 사서 모아 되팔 수도 있고 진상을 할 수도 있다 무게를 다는 사람 값을 매기는 사람도 있다 요리하는 사람도 있고 먹는 사람 앞에 날라다 주는 사람도 있다 물론 요리한 사람이 직접 나를 수도 있다 깃털 피 등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세금은 유통 단계마다 매겨지고 최종적으로 요리가 되면 부가세를 문다 요리한 사람 재료를 손질한 사람은 봉급에서 세금을 뗀다 제비집을 먹는 사람 덕분에 모두 다 먹고살고 세금도 낸다 제비야 깃털을 뽑든 피를 토하든 집이 통째로 날아가 오들오들 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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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0-겨울호 <신작시> 에서

   * 박순원/ 2005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 『주먹이 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