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을 그리다 14
김밝은
오래 껴안고 있어 몸의 일부가 되는 울음이 있을까
사무치는 이야기들을 두고 차마 뒤돌아선
어떤 마음 하나를
눈썹 위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중이야
발끝에 닿아있는
아슬아슬한 인연들에서 멀어지면
목에 걸린 사연들이 홀가분해지고
애면글면하던 세상의 흔적도 얌전하게 사라질까
이력을 모르는,
하트 모양의 붉은 나뭇잎 하나를
여러 번 졸라서 얻어왔어
정성을 가득 곁들여
시들어가는 심장 위에 올리면 몽글몽글
다시 뜨겁게 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를 부풀려도
애월,
비는 제 몸을 맨땅에 내리꽂으며 통곡이고
두 개의 날 선 헤드라인은
아직도 허공에서 우격다짐 중인가 봐
-전문-
▶사랑의 실패를 완성하는 법(발췌)_ 서안나/ 시인
시적 주체에게 애월은 "사무치는 이야기들을 두고 차마 뒤돌아" 선 공간이다. 또한, "어떤 마음"을 "눈썹 위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나에겐 "울음"마저도 "오래 껴안고 있어 몸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애월"로 회귀한 때만이 사랑의 가능성이 지속되기에 시적 주체는 "애월"을 호명하며 끊임없이 현재에 삽입시키려 한다.
그런데 이때 주의을 요하는 점은 시적 주체의 태도에 있다. 시적 주체는 과거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애월에서도 자신의 욕망 발현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고백 대신 침묵과 "울음"을 삼키면서 이별을 맞대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시적 주체의 태도로 시적 주체의 육체에 기입된 울음은 절제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절제를 통해 사랑의 욕망은 몸의 일부로 내면화하고 있으며, 애월은 그리움의 원형이 보존된 신성한 곳이 된다. (p. 시 212/ 론 2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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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0-겨울호 <신작 소시집/ 작품론> 에서
* 김밝은/ 2013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술의 미학』 『자작나무 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 서안나/ 1990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립스틱 발달사』 등,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 『정의홍 전집』 1 · 2, 엮음 『전숙희 수필선집』,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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