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인드라그물(罔) 이야기/ 이혜선

검지 정숙자 2020. 12. 14. 01:05

 

    인드라그물(인드라罔)이야기

 

    이혜선/ 시인

 

  

  제석천의 궁전에는 오색찬란한 구슬로 된 그물이 있다. 그물코마다 붙어있는 구슬에는 다른 그물코에 붙어있는 모든 구슬들이 비치고 있다. 각각의 아름다운 빛이 제각기의 구슬에 들어가 비치고 이들 모든 영상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모습도 비친다. 하나가 흔들리면 그물코로 연결되어 있는 모두가 흔들린다. 서로가 서로의 속에 들어가는 상입相入이요, 서로가 남남이 아닌 하나라는 상즉相卽을 이루어 찬란한 다중구조를 이루고 있다.

  『화엄경』에서 만물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인드라그물이야기이다. 이는 모든 개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의존관계에 있으며, 서로 차별하는 일이 없이 일체화 되어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 사는 세상의 참된 모습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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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0-가을호 <권두 에세이/ 위기를 문학의 기회로_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하여> 에서

  * 이혜선/ 1981년 『시문학』 천료,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 『새소리 택배』 등, 저서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문학과 꿈의 변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