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 새로운 시적 상상력
박남희
좋은 시를 읽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한 관념의 테두리 속에 자신의 시를 가두어 두거나 일상을 평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일상의 서사를 적당한 언어로 마무리하고 있는 시들을 읽는 일은 괴롭다. 좋은 시를 찾아 읽고 리뷰를 하기 위해 시를 뒤적이다 보면 텍스트를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난항을 겪게 된다. 하지만 망망대해 모래펄에서 진주를 발견하듯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으로 건져 올린 시들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적 상상력으로 잠자는 언덕에 폭풍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좋은 시들은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뜨려서 새로운 시적 공간을 창출해낸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는 말은 원래 여러 명이 각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창안해낸 '두뇌폭풍'을 활용한 창의적 발상법을 말하는데, 아이디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하여 '눈 굴리기 기법'이라고도 한다. 물론 이 개념은 원래 시학을 위한 기법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창의성을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현대시 이론으로도 원용될 수 있는 좋은 발상법이다. 하버드 대학교 석좌교수인 제럴드 잘트만은 인간 사고의 95%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나머지 5%만이 의식적으로 행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생기는 창의적인 상상력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도출된다. (p. 26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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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표현』 2020-가을호 <[『시와표현』] 좋은 시 리뷰>에서>에서
* 박남희/ 1996년 문학평론가, 1997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외,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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