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는 주체'와 '기억하는 주체에 대한 환기
김정배/ 문학평론가 · 원광대 교수
궁금했다. 처음부터 한 몸이었을 행복과 불행이 이 시집의 텃밭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시인이 경험하는 세계와 기억하는 세계 사이에서 지금껏 어떤 질문을 파종하며 살았는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의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경험하는 주체'와 '기억하는 주체'에 대한 환기가 필요하다.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행복을 논하는 자리에서 '경험하는 주체'와 '기억하는 주체'를 구분하여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인간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경험하는 자기(experiencing self)보다는 기억하는(remembering self)쪽에 무게중심을 옮겨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순간을 기억할 수 없고, 모르는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너먼의 말에 동조한다면, "기억과 경험은 다르며, 미래란 기억을 예상하는 것"이 된다. 행복은 곧 기억하는 주체의 몫으로 작용한다. (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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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호 시집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2020. 11. 문학의 전당) 해설에서
* 김정배/ 문학평론가,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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