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과 밤 사이의 Seesaw
안민
1
너와 내가 오르내렸고 균형이 흔들리고 있었다
네 스물셋 보다 내 스물일곱이 가벼웠는가 보다
그것은 마음의 중량,
저녁은 푹푹 익어 갔고
덜 익은 감정만 네게로 기울며 쏟아지고 있었다
멀미로 울렁이던 얼굴,
내 하체의 질량이 가난하다는 게 조금은 슬펐다
그러므로 함께 포개지진 못하여
가지런하고 정숙한 네 다리 건너편에서
흔들리기만 했다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씩 나를 흘렸던가
나는 중심에서 멀어져 더욱더 가벼워졌고
기면증을 앓았으므로 어둠에 스며들면
어느 별에라도 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2
추억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직도 견디지 못할 만큼 심장이 아프다
추락은 어떤 예고도 없기에
캄캄한 허공에서의 체류는 막막하다
저편엔 너 대신 술 취한 또 다른 내가 있고
스물셋의 너는 여전히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새의 날개 같은 빛깔로 밤은 짙어가는데
불안이 어른거려 나는 또 가볍다 그때
네가 나를 가늠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내가 나를 버리고 있었는데
넌 몸이 어렸고 난 정신이 종이처럼 얇았다
옆에서 지구본이 둥근 윤회의 문양으로 회전한다
무릎을 꿇고 싶을 만큼 고독한 밤,
나는 푸른 지대를 한참 지나 기울어져 가고
지금은 나를 대신하여 시소가 삐걱대며 울고 있다
-전문-
▶묵언의 비명과 세계와의 불화(발췌)_ 이정현/ 문학평론가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은 인간의 육신을 조금씩 마모시킨다. 거침없이, 자연사는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안민의 시에는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 앞에 선 자의 후회와 탄식이 짙게 배어 있다. 이무리 시간이 흘러도 어떤 기억은 끝까지 남는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자는 행복을 떠들거나 추억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추억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는 말이 더 아프게 읽힌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인질이었던 적이 있을 테니까.
이를테면 "너와 내가 오르내렸고 균형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문장을 적을 때 오로지 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언어, 한 시절의 과대망상들. 심장은 잠시 격렬하게 요동치겠지만 세계의 질서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시간은 무심히 흐른다. 그렇지만 그 문장을 적으면서 '나'는 잠시 '사이'에 머문다. 그 '사이'에 갇혀서 적는 묵언의 비명이 시인이 세계와 불화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만 같다. (p. 시 148-149/ 론 159 //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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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0-11월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 작품론> 에서
* 안민/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게헨나』 『아난타』
* 이정현/ 문학평론가,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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