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20-12월호 <근작선/ 시작노트> 에서
꽃병 속의 피 & 시작노트
정숙자
진전을 내재한다
견딘 만큼 비옥해진다
고뇌가 덜리면 사유도 준다
그 둘로 인해 지속적으로 연역/발아하는 깊이와 빛을
질투하는
신은,
회수한다
(진정 고독을 사랑할 무렵)
그렇다고 잃어진 그것을 위조해 가질 순 없다
저쪽, 또는 우연만이 생산/보급하는
그것은
캄캄하지만
자칫 죽음에 이를 수도 있지만
결국 깨고 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혹자만의
혹자를 위한
그 두껍디두꺼운 어둠 속
광학,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석벽의 삶
속의 앎
- 전문,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8월호
시작 노트> 꽃병과 꽃의 관계. 물과 피의 관계. 삶과 조종弔鐘의 관계는 늘 미묘하다. 꽃병을 만든 이는 꽃병을 구상할 때 이미 꽃을 꺾고 있었던 게 아닐까. 꽃병은 조롱/어항과 다른 이치일까. 어제 부어준 꽃병의 물은 오늘도 그대로 맑은 물일까. 삼라만상 잠 깨지 않게 숨죽여 흘린 꽃들의 피가 붉게 더 붉게 동녘의 태양을 물들이지 않았을까. 지구는 꽃병이다. 인간은 꽃병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라. 아직 푸르디푸른 피가 생존에 얽혀 불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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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0년 12월호 <근작선/ 시작노트>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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