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개와 원리주의자/ 박수일

검지 정숙자 2020. 12. 10. 01:57

 

    개와 원리주의자

 

    박수일

 

 

  개를 데리고 비행기에 탄다

 

  내전 중인 가난한 조국을 생각한다

  자동차나 기차로 더 이상 멀리 갈 수 없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이제 통과할 수 있다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도 넘어갈 수 있다

 

  케이지 안에서 끙끙거리는 개에게 간식을 준다

  슬픔을 으르렁거리지 말라고

  송곳니를 너무 깊숙이 드러내지 말라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희박하겠지만

  여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힘들지 않잖아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도를 한다

 

  담요를 덮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 사람들

  눈 뜨면 어리둥절한 채

  총 겨누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 모르고

 

  개가 가볍게 짖는다

  몸속에 든 폭탄이 곧 터질 줄도 모르고

 

  지금은 산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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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평문학』 2020년 통권2호(비매품) <형평문단 2> 에서

  * 박수일/ 2020년 『시와반시』 신인상, Not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