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원리주의자
박수일
개를 데리고 비행기에 탄다
내전 중인 가난한 조국을 생각한다
자동차나 기차로 더 이상 멀리 갈 수 없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이제 통과할 수 있다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도 넘어갈 수 있다
케이지 안에서 끙끙거리는 개에게 간식을 준다
슬픔을 으르렁거리지 말라고
송곳니를 너무 깊숙이 드러내지 말라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희박하겠지만
여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힘들지 않잖아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도를 한다
담요를 덮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 사람들
눈 뜨면 어리둥절한 채
총 겨누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 모르고
개가 가볍게 짖는다
몸속에 든 폭탄이 곧 터질 줄도 모르고
지금은 산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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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평문학』 2020년 통권2호(비매품) <형평문단 2> 에서
* 박수일/ 2020년 『시와반시』 신인상, Not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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