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전형철_쿼바디스, 청년들이여(발췌)/ 70년대산(産) : 진은영

검지 정숙자 2020. 12. 10. 01:42

 

    70년대산

 

    진은영

 

 

  우리는 목숨을 걸고 쓴다지만

  우리에게

  아무도 총을 겨누지 않는다

  그것이 비극이다

  세상을 허리 위 분홍 훌라후프처럼 돌리면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내내 기다리다

  결국

  서로 쏘았다

    -전문, (『우리는 매일매일』, 2008)

 

 

  쿼바디스, 청년들이여(Quo Vadis, Adolescentuli)(발췌)_ 전형철/ 시인 

  시단에 있어 386세대 다음은 70-90-2000이었다. 70년대 생, 90년대 등단, 2000년대 첫 시집, 미래파로 명명된 일군의 시 쓰기는 일종의 선 긋기였다. 익히 알려져 있는 미래파는 80년대까지 이어온 격동의 거대담론이 사라진 공황과 진공 상태에서 폭발한 빅뱅과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정치성을 말하지 않지만 새로운 정치성과 윤리성, 테제의 탄생 요청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일종의 선언 아닌 선언을 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아니고, 그런 우리는 이미 목적지, 탄착지를 잃었다고.

  이 시에는 비극의 두 층위가 작동하고 있다. 식민지 시절 그랬던 것처럼 바로 직전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전위대의 앞에서 민중을 이끌 청년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목숨을 걸고 쓴" 청년에게 청년의 자질과 윤리적 명분을 씌어줄 거대한 적이 사라진 것이다. 첫 번째 비극이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비극, 세상을 여전히 다 짊어지고 알고 있는 것처럼  "세상"이라는 "훌라후프"를 돌리며, 그날이 오리라 기다리던 우리 청년은 결국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더 이상 민주와 민중의 투쟁적, 시대적 청년은 필요 없게 됐다. 무심한 세상은 '목숨'과 '씀(모든 언술행위)'과 갈라서게 되었다. 죽여줄 이가 없으니 스스로 결연한 폭사를 통해, 끝내 청년은 '청년' 스스로를 내려놓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청년은 다른 정치를, 다른 미를 꿈꾸게 되었는지 모른다.

  실천의 사유는 이제 앞선 세대의 방식의 종언을 의미했고 때문에 2000년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청년은 내 · 외부의 결딴에 의해 '그 청년'이기를 부정不正, 不定한다고 공히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고 청년의 "사계절"은 네 조각 오렌지처럼 잘려나갔다.(『우리는 매일매일』). (p. 시 177/ 론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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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평문학 2020년 통권2호(비매품) <특집기획 1/ '형평문학' 소수문학을 말하다> 에서

  * 전형철/ 200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고요가 아니다』 『이름 이후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