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회 해외동주신인상 수상작> 中
책상 별자리
김소희
책상 위를 떠돌던 내 숨소리가
때때로 별 한가운데서 반짝인다
현실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엔진의 격렬함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늘 모자를 깊게 쓴 탓인지
지원서에 붙은 사진은 젖은 낙엽처럼 그늘져 있다
고시촌의 쪽방, 몇 명이나
자신의 그림자를 뽑아 사다리를 만들고
별을 하늘에 내걸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발끝에 귤 봉지만 늘어져 있다
그녀가 내 별을 떠났다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열린 창, 별빛이 울고 있었다
별을 지우려 불을 켠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도시
대기 중인 나의 별은 자꾸 발사가 지연된다
그럴 때마다 삐걱이는 서럽을 열어
완강한 아픔들을 하나씩 내다 버린다
내가 탑승하지 못한 채 발사되는 창가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아침 해가 잠깐 지나간 방 안은
발사가 취소된 우주선의 대합실처럼 무겁다
나는 다시 수신기를 켜고 별자리 지도를 챙긴다
한 번도 불을 켜 보지 못한 나의 별
책상 위에서 다시 술렁거린다
-전문-
* 심사위원 : 장옥관 유성호 김행숙
-------------
* 『시산맥』 2020-가을호 <제5회 동주해외신인상>에서
* 김소희/ 충남 출생, 현 시애틀 거주, 2018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상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조재룡_"나의 시인이여, 이제 그만...(발췌)/ 숲 : 김경인 (0) | 2020.12.09 |
|---|---|
| 박완호_색채의 변주, '지금 이곳'을...(발췌)/ 나침판 : 김혜천 (0) | 2020.12.05 |
| 순대국밥 집/ 손용상 (0) | 2020.12.04 |
| 파란(破卵)/ 한혜영 (0) | 2020.12.04 |
| 밤의 전개도/ 강주 (0) | 2020.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