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류재엽_아궁이 불에서 굴뚝...(발췌)/ 노르웨이 연어 : 김창범

검지 정숙자 2020. 12. 2. 23:16

 

 

    노르웨이 연어

 

    김창범

 

 

  북해 저 아득한 바다를 쏘다니다가

  거친 파도를 뚫고 달려와 마침내 

  어판장 도마 위에 네 큰 몸을 눕혔구나.

 

  싱싱한 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날카로운 주둥이가 이젠 굳게 닫혔지만,

  아직도 매끈한 청비늘을 반짝이며

  네 부릅뜬 눈은 돌아갈 바다를 찾는구나.

 

  노르웨이 연어라는 네 명찰에는

 

  오십오만 원짜리 가격표도 선명한데,

 

  네 평생의 노동과 사랑과 눈물을

  심해 바닷물에 씻어서 잘 거두어 놓았다면,

  이리저리 해체당한 네 자유로운 영혼은 어디 갔는가?

 

  고향 가는 길을 찾고 찾아 회귀하는

  네 수다한 수고와 희생을

  어찌 몇 접시 세상 값으로 매기겠는가?

 

  적나라하게 휘두르는 운명의 칼에

  몇 덩이 살코기로 남겨진 연분홍빛 연어를 보라.

 

  우리도 때가 되면 눕혀지리라.

  세상이 달아주는 명찰을 붙이고 저 도마에 누워

  푸르고 잔잔한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리라.

      -전문-

 

 

  아궁이 불에서 굴뚝 연기까지/ 시인 김창범 론(발췌)_ 류재엽/ 문학평론가 

  세계에서 연어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가 노르웨이다. 그래서 '노르웨이 연어'는 북해의 청정지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연어의 생명력을 떠올리게 만든다. 연어는 차고 푸른 바다에서 뛰놀고 싶어 하지만, 가을이 되면 제가 태어난 하천으로 올라와 몸 색깔이 홍자색으로 변하면서 산란 후 죽는다. 연어의 일생은 슬픔이다. 회귀본능과 자식을 위한 희생은 우리를 비감하게 만든다. 연어는 연분홍빛 기름기가 많고 살이 부드러워 인기가 높은 바닷고기이다. 인간은 연어를 잡아 회를 뜨거나 스테이크, 훈제, 소금 절임 등으로 요리하여 먹는다. 연어는 "적나라하게 휘두르는 운명의 칼"에 의하여 "몇 덩이 살코기"로 남겨져서 "푸르고 잔잔한 고향 바다"를 그리워한다. 한때는 80㎝의 크기로 자라 은색의 등 빛깔을 뽐내면서 바다를 헤엄치던 연어의 변모에서 우리는 하나의 비장미를 느낀다. 화자는 '노르웨이 연어'에 자신을 투영한다. 젊어서 자유로웠던 영혼과 육체는 갈가리 해체당하고 이제는 '오십오만 원'이라는 가격표로 남은 연어처럼, 화자의 인생도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았다. (p. 시 122/ 론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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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0-가을호 <문학평론 > 에서

  * 류재엽/북 안동 출생,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 『한국 근대역사소설 연구』, 평론집 『한국문학의 지평』  『이성의 문학 감성의 문학 『우리 시 우리 시인』, 수필집 『꽃 꺾어 산 놓고』 『무관심 시대』 외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