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갑사 바람꽃
류병구
무갑사 뒷 골짝,
그늘볕을 쬐던 어린 꽃
가는 바람 지나가자
여린 목을 연신 꾸벅댄다
전등선원 동명스님은
깜박 졸음도 수행이라 했다
꽃도 절밥을 하도 먹어
그 정도는 알아듣는다
요새
무갑산엔
허물 벗은 봄이 바람이고
바람이 꽃이다
-전문-
▶거리두기로 선경을 이끌어내다/ 류병구의 시세계(발췌)_ 이택화/ 문학평론가
사람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Untace) 시대가 열렸다. 언택트란 Un + Contact의 합성어로 '사람과의 접촉을 지양한다'라는 의미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는 가속화를 넘어 장착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 문화의 발달로 사람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일을 하거나 놀이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자 사람들은 언택트 문화를 만들어간다./ 언택트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보다 완벽한 행복을 가상의 시공간에서 찾는다. 그들은 타인과의 접촉에서 오는 장애나 외적 상황과 조건이 초래하는 불행을 멀리하고 이상향을 추구한다. 속전속결로 이어지는 소비문화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뜻을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사이버 세계 속에서 그들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에 더욱 몰입하려 한다.// 무갑사는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이다. 무갑사는 류병구 시인의 시적 발상과 상상력이 빚어낸 도의 공간이고 완성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골짜기 그늘볕을 쬐며 약하고 여리게 핀 어린 꽃도 허물을 벗는 수행을 한다. 실체가 잡히지 않는 바람은 도의 완성체인 꽃과 동일한 존재로 완성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삼라만상인 봄, 바람, 꽃이 동일한 존재이다. 이는 도가 통하면 세계는 하나가 됨을 보여준다. (p. 시 18/ 론 25-2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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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0-가을호 <책 속의 작은 시집> 에서
* 류병구/ 충북 청주 출생,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달빛 한 줌』 『낮은 음역의 거리』 등, 논문 『프랑스계몽주의 사상의 형성과 중국사상』 등, 저서 『직업윤리학개설』 등
* 이택화/ 시집 6권, 소설집 2권, 수필집 1권,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국제 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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