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검정은 멀리 갔을까/ 박성현

검지 정숙자 2020. 12. 1. 00:21

  <2020, 제11회 시산맥 작품상 후보> 中

 

    검정은 멀리 갔을까

 

    박성현

 

 

  검정은 묵묵히 어두워졌다 바람이 곁에 있으니 침묵도 살얼음 졌다 나는 견딜 수 없이 비좁은 이곳에 플라스틱 화초처럼 꽂혀 있다 사람들이 검정을 휘휘 저으며 빠르게 일어섰다 검정은 흐린 바깥으로 몸을 돌렸다 중얼거리거나 빙그레 웃거나 작은 소리로 부스럭거렸다 화초가 기울며 그 부드러운 입술과 어두운 시야와 거 거친 표면을 바라봤다 온몸에 달라붙은 검정이 모서리를 감싸 안자 중력이 사라졌다 더 어두워진 검정이었다 미안해요 저 문은 내가 여는 게 아녜요 그 말을 듣자 검정은 모두 약봉지처럼 구겨지며 화초에 얼굴을 묻었다 지하철이 그 비좁은 시간을 묵묵히 흔들었다

 

   -------------

   * 『시산맥』 2020-가을호 <제11회 시산맥 작품상 후보/ 이령 시인 추천>에서

   * 이령/ 201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시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