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기도/ 최휘웅

검지 정숙자 2020. 11. 21. 00:02

 

 

    기도

 

    최휘웅

 

 

  기도의 종착역에 거의 왔는데도 신은 강림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줄 우산이 필요했는데, 우산은 늘 접혀 있었다. 비가 새는 지붕 아래서 젖은 가슴을 안아 줄 누군가를 기다렸다. 메시아는 오지 않았다. 한평생 기다리다 이제 지옥의 문 앞에 와서 덫에 갇힌 고슴도치처럼 이빨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바다 밑의 먼 소리를 듣기 위하여 귀를 세운다. 캄캄한 한낮이 지나가고, 까마귀 울음이 지나가고, 반전을 거듭하는 몇 개의 드라마 장면이 지나가고, 논바닥은 갈라진 등짝을 디밀고, 기도는 목이 말라 허공에 매달리고 그러는 사이 우리들의 언어들은 날선 증오만을 키웠다. 골목이 찢어져라 짖는 개처럼 달려들다가 지친 나는, 아, 나는 아직도 기도의 끈을 놓지 못한다. 회개를 무한 리필하며 그분의 남루한 옷자락 뒤에 고양이의 발톱을 숨긴 채, 통성기도를 한다. 하나님, 저의 발톱이 미친 성전을 긁고 있습니다. 차라리 발톱 빠지는 고통의 나락에 떨어지게 하옵소서.

    -전문-

 

 

 시작 노트> 한 문장: 나에게 있어서 시는 몽상적 세계로 가는 통로다. 시의 존재가치 중 하나로 흔히 소원풀이 기능을 드는데, 어쩌면 나는 시를 통하여 현실의 벽을 넘고자 하는 기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모든 논리적인 경계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열망이 시 쓰기의 동력이다. 앙드레 브르통은 양식이나 논리를 초월하여 꿈과 유아의 정신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을 시의 이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꿈과 유아의 정신 상태란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이고, 순수한 내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p. 시 85/ 론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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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펀 2020-가을호 <신작소시집> 에서

  * 최휘웅/ 194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 『카인의 의심』 『녹색화면』, 『설화-사막의 도시』 『하얀 얼음의 도시』 『환상도시』 『절대공간』, 평론집 『억압. 꿈. 해방. 자유.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