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밥은 내가 살게/ 맹문재

검지 정숙자 2020. 11. 17. 22:46

 

 

    밥은 내가 살게

 

    맹문재

 

 

  시를 쓰러 오라고 해

  저녁 식사를 하고 반주까지 곁들이고 나오는데

  초대받은 내게 계산하라니······

 

  내가 여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를 편하게 여기는 것일까

  내가 유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마침 그의 지갑이 빈 것일까

 

  그를 만날 때마다 식사비를

  기꺼이 내지 않았던가

  어느덧 그 일은

  나의 담당이 아니던가

  대출 이자가 부담되지만

  과민 반응을 보일 일은 아니지 않는가

 

  시인을 운명처럼 여기는 내가

  관습을 바꾸겠다니

  시간을 배신하지 않는가

 

  보석보다 헌책을 선택하는 내가

  시간을 상실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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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0-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맹문재/ 1991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책이 무거운 이유』 『사과를 내밀다』 『기룬 어린 양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