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레이 코드/ 우남정

검지 정숙자 2020. 11. 17. 02:05

 

 

    그레이 코드

 

    우남정

 

 

  자정을 넘긴 불빛 하나, 지하로 스며든다

 

  하얀 테두리의 사각 서랍은 벌써부터 가득 찼다

  30촉의 묽은 빛이 지켜보는 가운데

  몇 바퀴의 조문은 시동이 꺼지고 안치된다

  유령처럼 빠져나온

  남자가 출입구의 비밀번호를 누른다

 

  꺼진 눈을 부릅뜬 채

  그의 엔진도 천천히 식어갈 것이다

  CC-TV는 돌아가고

  누군가의 블랙박스는 삼엄한 경계를 녹화 중이다

 

  로체 카니발 쏘나타 옆 K7

  그들의 채색은 하나 같이 그레이 코드다

  파랑의 일 톤 트럭 한 대

  무채색 틈에서 낯선 기분을 탈색하고 있다

 

  오래된 뼈들이 고층을 견디며 잠든다

  하루를 살아내고

  하루치의 죽음을 반납하는, 여기는

  거대한 납골당

 

  00*0000 패턴의 이름으로 그들이 관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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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0-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우남정/ 2008년 『다시올문학』으로 등단 &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