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1㎎의 진통제 외 1편/ 최정례

검지 정숙자 2020. 11. 10. 01:59

 

 

    1㎎의 진통제 외 1편

 

    최정례

 

 

  1㎎의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설산을 헤매었다

 

  설산의 빙벽을 올라야 하는데

  극약 처분의 낭떠러지를

  기어올라야 하는데

 

  1㎎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 1㎎을 안고

  빙벽을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 1㎎마저 버리고 싶었다

 

  너무나 무거워

  엄마 엄마 죽은 엄마를 불렀다

 

  텅 빈 설산이 울렸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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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들의 것

 

 

  세상은 다른 사람들의 것

  나는 그들 사이에 맺혔다

  사라지는 물방울 같은 것*

 

  이슬 같은 것

  태어나기 전부터 그랬었고

  태어난 후에는 손뻗어 가지려다

  놓쳐버리고

  나를 지배하는 집단의 힘, 그들만의 리그

  이젠 내 몸의 건강까지도

  그들의 손에 달려 있고

 

  잠시 잠깐

  저 노란 꽃과 눈 맞추는 것처럼

  아이가

  잠깐 기다려봐 내가

  생일 선물로 사다리를 그려줄게

  무슨 색 좋아해, 보라, 초록?

  초록으로 그려줄게

  사다리를 기다리는 그 순간만

  세상은 푸르게 출렁이며 잠깐

 

  그 잠깐을 뺀 나머지는 다 그들의 것

      -전문-

 

   * 김인환 "타인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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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0-가을호 <신작시>에서

  * 최정례/ 경기도 화성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레바논감정』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등, 영문 시선집 『lnstances』 『개천은 용의 홈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