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생각
도종환
괴강에 뜬 별들 잊었을까
제월리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 주고 간
끝이 안 보이던 땅쯤이야 잊었겠지만
손등만 한 야산도 형제끼리 칼부림 송사하는
남쪽 사람들 사는 곳쯤이야 잊었겠지만
느티나무 근처에 모여 살던 사람들이야 잊었을까
제월대에 앉아 쉬다 강물로 내려가
물소리와 함께 가던 밤바람이야 잊었을까
아아, 저 밤 강물에 몸을 씻던 별들이야 차마 잊었을까
-전문-
▶괴강에서 보내는 편지_구곡의 나라 괴산(발췌)_김덕근/ 『충북작가』 편집위원
괴산은 벽초 홍명희의 고향입니다. 제게는 해마다 열리는 홍명희 문학제 때문에 제월대를 알고 있었지만, 학부시절 구비문학 채록을 위해 괴강변에서 야영했던 추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땐 벽초를 왜 몰랐을까요. 괴강을 배경으로 우똑 서 있는 제월대 위에 고산정이 있지요. 벽초가 낚시하며 마음을 다스리던 곳입니다. 인산리 고가 뒤에는 도꺠비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괴산처럼 울창한 느티나무 숲이 있었습니다. // 벽초는 일찍이 괴산을 떠났지만, 괴강은 언제나 어머니 품 같은 곳이었지요. 어디서나 결코 잊을 수 없는 물길이지요. 세속의 크고 작은 일들이야 언제라도 잊을 수 있지만 벽초가 낚시를 하기도 한 괴강의 물소리, 밤바람 심지어 밤강물에 몸을 씻던 별을 잊을 수 없던 거지요. 그뿐이었을까요. 괴산 장터에서 부른 3.1만세 함성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벽초에게 고향은 그리움 이상입니다. (p. 시 229-230/ 론 229 // 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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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0-가을호 <청풍명월의 심상자리-7> 에서
* 김덕근/ 충북 청주 출생, 『충북작가』 편집위원, 작품집 『내일을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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