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흰 들국화의 내력/ 김재옥

검지 정숙자 2020. 11. 1. 01:33

 

  <2020,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中

 

    흰 들국화의 내력

 

     김재옥

 

 

  그가 집을 떠나간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림자를 벗어놓고 싸리문을 나설 때 조롱박새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는 어깨를 들썩이며 흔들렸습니다 호박꽃은 이미 꽃을 피우는 일을 내년으로 미루었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경적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산기슭에서 뻐꾸기 울음소릴 내면 삽니다 오늘은 바람 몇 점이 찾아와 비문을 새겨주고 돌아갔습니다 그때 저녁노을은 붉게 눈시울을 창문에 걸어두었고 길은 어둠에 묻혔습니다

 

  지금, 큰 목소리로 아무리 불러도 떠나간 발자국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발자국이 떠나간 뒤에 비로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름이 가고 다시 단풍이 각혈을 할 때 그는 내 가슴에 흰 들국화로 피었습니다

    -전문-

 

 

  * 심사위원: 이영춘  강동우  원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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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0-가을호 <신작시> 에서

  * 김재옥/ 강원 양양 출생, 동우전문대학 행정과 졸업, 가톨릭관동대학 평생교육원 현대시작법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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