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벽 속의 여자/ 김명서

검지 정숙자 2010. 10. 13. 01:09


    벽 속의 여자


     김명서



   봄에는 죽은 나무도 몸을 일으킨다

  

   어두운 숲 그늘처럼

   차고 습한 몸

   겹겹이 수의를 입은 듯

   눕는다

   눕는다는 것은 절규마저 잠재운다는 것이다


   새벽의 박명을 꽝꽝 못질하는 신음소리

   비애로 쌓이면

   툭툭 모세혈관 터진

   그 자리에 시퍼런 무늬로 음각되는 멍


   진통제는

   아무것도 채우지도 품지도 못한다

   헛되이

   눈부신 통증만 키웠다

   통증의 잔뿌리들이 아스포델로스같이

   몸의 진액을 빨아들인다


   얇아진 몸, 휘청

   숲의 윤곽이 흐릿해진다

   심호흡을 한다


   절망조차 사치였던 것이다

 

 

   * 김명서/ 전남 담양 출생, 200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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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10-가을세미나 팸플릿 ‘2000년대 한국시의 쟁점과 전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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