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여자
김명서
봄에는 죽은 나무도 몸을 일으킨다
어두운 숲 그늘처럼
차고 습한 몸
겹겹이 수의를 입은 듯
눕는다
눕는다는 것은 절규마저 잠재운다는 것이다
새벽의 박명을 꽝꽝 못질하는 신음소리
비애로 쌓이면
툭툭 모세혈관 터진
그 자리에 시퍼런 무늬로 음각되는 멍
진통제는
아무것도 채우지도 품지도 못한다
헛되이
눈부신 통증만 키웠다
통증의 잔뿌리들이 아스포델로스같이
몸의 진액을 빨아들인다
얇아진 몸, 휘청
숲의 윤곽이 흐릿해진다
심호흡을 한다
절망조차 사치였던 것이다
* 김명서/ 전남 담양 출생, 2002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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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10-가을세미나 팸플릿 ‘2000년대 한국시의 쟁점과 전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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