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뮤(Emu)
김박은경
알아볼 때마다 확연해졌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살아났다 호주의 은하수 속 텅 빈 새는 빛 덩어리를 몰며 날아가는 검은 새는 아득히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눈 속에서 태어났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부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간절하여 영원을 뒤덮는 부재가 된다 이미 없는 사람이 들린다 보인다 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사랑 같은 거 믿지 말자고, 그러나 꽃피는 병에 걸려 기어이 피어 말라죽은 꽃들의 무덤은 왜 이리 향기로운가, 세상에 없는 사람아 그냥 살자 이렇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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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에서/ 2020. 10. 15. <문학동네> 펴냄
* 김박은경/ 2002년『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온통 빨강이라니』『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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