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파동 9/ 안경원

검지 정숙자 2020. 10. 23. 02:03

 

 

    파동 9

 

    안경원

 

 

  그가 말을 비틀자 멍든 속 긁힌 곳이

  보글보글 거품 물고 살아난다

  내 손을 펴서 막고 싶지만 이미 살을 뚫고

  가슴께로 와 두개골을 향한다

  그가 빙긋이 웃는다 비틀린 말들을 날리고 나면

  따라 나오는 웃음이 그에게 바다 한 컵을 안겨준다

  컵의 그림자는 긴 다리로 걸어와

  깨진 거울을 내 눈 속에 넣어준다

  그림자는 무슨 힘이 있는 것 같다

  스며들면서 무엇을 던져준다

  어디엔가 암초 품은 곳을 찾아

  손을 잡으려 한다

  고스란히 받아 들여다본다

  그림자 속 더 짙은 퇴적층을 보자면

  그의 비틀린 말로 쪼아야 보이겠다

  내가 빙긋이 웃으며 보내는 그림자 없는 빛 한줄기

  무슨 힘이 있을까

  그렇게 오고 가는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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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십자가 위에 장미』에서/ 2020. 10. 15. <현대시학사> 펴냄

 안경원/ 1951년 인천 출생,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늘 부는 바람』 『검은 풍선 속에도 시가 들어있다』 『팔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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