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9
안경원
그가 말을 비틀자 멍든 속 긁힌 곳이
보글보글 거품 물고 살아난다
내 손을 펴서 막고 싶지만 이미 살을 뚫고
가슴께로 와 두개골을 향한다
그가 빙긋이 웃는다 비틀린 말들을 날리고 나면
따라 나오는 웃음이 그에게 바다 한 컵을 안겨준다
컵의 그림자는 긴 다리로 걸어와
깨진 거울을 내 눈 속에 넣어준다
그림자는 무슨 힘이 있는 것 같다
스며들면서 무엇을 던져준다
어디엔가 암초 품은 곳을 찾아
손을 잡으려 한다
고스란히 받아 들여다본다
그림자 속 더 짙은 퇴적층을 보자면
그의 비틀린 말로 쪼아야 보이겠다
내가 빙긋이 웃으며 보내는 그림자 없는 빛 한줄기
무슨 힘이 있을까
그렇게 오고 가는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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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십자가 위에 장미』에서/ 2020. 10. 15. <현대시학사> 펴냄
* 안경원/ 1951년 인천 출생,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늘 부는 바람』 『검은 풍선 속에도 시가 들어있다』 『팔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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