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담장/ 정경해

검지 정숙자 2020. 8. 25. 18:15

 

 

    담장

 

    정경해

 

 

  옆집에 이사 오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담장 쌓기다 수동 할머니가 살 때는 경계가 없었는데 금이 생긴 거다 유치원 다니는 우리 아들도 강아지도 이제 저 선을 넘을 수 없다니, 담장이 한 줄씩 올라갈 때마다 언짢은 까치발이 자꾸 떠진다

 

  주인 없는 집에 인부들만 소란스레 먼지를 날리고 아무 데나 침을 뱉는 노동이 밉살스러워지기까지, 얼굴도 모르는 옆집 주인 모습은 점점 덩치가 자랐다

 

  며칠 후 현관문 앞에 이사 왔다며 떡 접시를 내미는 옆집 주인, 방글방글 웃는 인상이 좋아 보인다

 

  자폐증 아들이 툭하면 문을 열고 나가 어쩔 수 없이 담장을 만들었다고 미안해하는, 선한 눈매에 눈물이 맺히는데 내 마음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며 부끄러웠다

 

  담장은 내가 먼저 쌓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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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0-가을호 <신작시 ②> 에서

  * 정경해/ 1995 『인천문단』 & 2005년 『문학나무』 신인상 & 2016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가난한 아침』 『선로 위 라이브 가수』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