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발이 새가 될 수 있어요/ 김송포

검지 정숙자 2020. 8. 25. 17:51

 

 

    발이 새가 될 수 있어요

 

    김송포

 

 

  맨발을 드러내는 일이란 참 부끄러운 일. 맨발을 드러내는 일은 너와 내가 가깝다는 것, 맨발을 땅에 딛고 걸어가는 것은 태초로 간다는 것 

 

  너의 발이 이쁘구나, 어쩌지! 나의 발이 제일 검구나

 

  뒤로 가서 숨었던 날 있어요

  내세울 것 없는 솜씨에 헛발질했어

  못난 것들을 나무라는 습관이 생겼지

  걸을 때 두세 마디 힐난하는 버릇이 있으나 반박하지 않는 것을 발은 눈치채더군

 

  너의 발을 씻겨 줄 날이 올까

  걷지 못할 때 힘을 쓰지 못할 때 아플 거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인 줄 알아

  발을 씻겨 줄 때 미안할 거야

 

  미안하면 다소곳하게 발을 모아요

  사진을 찍어요

  동그랗게 오므려요

  발가락 사이사이 새가 보여요

 

  황톳길 걸으며 발바닥을 새겨요

  땅과 허공이 가까워지도록 날아요

  너와 내가 맨발로 돌아오는 데 한참 걸리더군

 

  발을 내밀어요

  구름 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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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0-가을호 <신작시 ①> 에서

   * 김송포/ 2013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부탁해요 곡절 씨』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