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류보柳甫 씨의 일일
류미야
무언가 소멸하고 무언가는 살아오는
이 시각, 빛과 어둠은 쪼개지며 붙는다
한시에 생겨나고도 두 몸인 일란성처럼
세 시와 네 시 사이
네 시 다섯 시 사이
자작나무 숲 어디쯤 시인은 태어나고
흰 잠의 밑바닥에다 숱한 꿈을 묻는다
저를 태운 재로 쓴 자작시를 읊으며
비밀의 안뜰에서 홀로 웃다 울다가
한낮의 현기眩氣 속으로 훅 빨려든
순간,
제 몸 사라지는 꿈을 뜬눈으로 꾸면서 대로를 질주하는 닳아지는 살들*이 백주의 교차로에서 연신 긋는 십자 성호
낮의 광장에서는 소음만 통음되므로
사람들의 마음은 바스락대지 않는다
(입술을 달싹여보지만 소리는 나지 않고)
깨진 보도블록 위 날개 찢긴
나비 하나
실바람 한 자락이 밀어 올리는 동안
하늘로 떨어지는 꿈 같은
불면의 밤이 온다
-전문-
* 이호철의 단편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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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0-가을호 <신작시조>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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