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몽상가 류보(柳甫) 씨의 일일/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0. 8. 25. 18:29

 

 

    몽상가 류보柳甫 씨의 일일

 

    류미야

 

 

  무언가 소멸하고 무언가는 살아오는

  이 시각, 빛과 어둠은 쪼개지며 붙는다 

  한시에 생겨나고도 두 몸인 일란성처럼

 

  세 시와 네 시 사이

  네 시 다섯 시 사이

  자작나무 숲 어디쯤 시인은 태어나고

  흰 잠의 밑바닥에다 숱한 꿈을 묻는다

 

  저를 태운 재로 쓴 자작시를 읊으며

  비밀의 안뜰에서 홀로 웃다 울다가

  한낮의 현기眩氣 속으로 훅 빨려든

  순간, 

 

  제 몸 사라지는 꿈을 뜬눈으로 꾸면서 대로를 질주하는 닳아지는 살들*이 백주의 교차로에서 연신 긋는 십자 성호

  낮의 광장에서는 소음만 통음되므로

  사람들의 마음은 바스락대지 않는다

  (입술을 달싹여보지만 소리는 나지 않고)

 

  깨진 보도블록 위 날개 찢긴

  나비 하나

  실바람 한 자락이 밀어 올리는 동안

  하늘로 떨어지는 꿈 같은

  불면의 밤이 온다

    -전문-

 

 

   * 이호철의 단편 제목

 

   --------------

   * 『시와소금』 2020-가을호 <신작시조> 에서

   * 류미야/ 2015 『유심』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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