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외 1편
이화은
뚝방길에 납작하게 죽은 새의 붉은 부리를 보면서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친구의 붉은 손톱을 생각한다
방금 손질을 끝낸 듯 장미보다 더 장미 같던,
거짓말처럼 손톱은 새빨갛게 살아있었다
죽음이 손톱에까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일까
붉은 색이 생과 사의 거래를 완강하게 막고 있었는지도 몰라
저 새는 붉은 부리로 간절히 사랑을 구하였을 것이다
구애의 용도가 아니었다면 죽은 후에도 저렇듯 붉을 이유가 없다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슬쩍
내 잠의 귀퉁이를 잡아당기는 이들이 있다
모른 척 자는 척
내가 잠에서 깬 줄 알면 그들이 무안할까 봐 가 버릴까 봐
죽은 자들이 꿈에 보이는 날은 종일 심란한데
그렇다고 저들의 방문을 막을 기도문을 외우거나
부적을 써 붙이진 않는다
저들이 없는 내 삶은 기울어진 시소 같을 것이다
죽은 자들이 살던 자리는 이미 산 자들로 메꿀 수는 없다
저들이 맘껏 드나들도록 내 몸의 절반을 비워놓고
살아 있는 절반의 생이 팽팽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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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
초록이 고요하다
초록이 출렁인다
유월 새벽 산책길
바짓단을 접어 올려도 아랫도리가 온통 초록에 젖는다
쑥 냄새가 유난하다
마늘만 있으면 하맘 사람이라도 되겠다
아 나는 사람이 싫은데
호랑이로 곰으로 살고 싶은데
마늘 없이 쑥 냄새로만 포식했으니 반인반수쯤인가
실없는 생각을 굴리다가
온몸이 초록으로 분기탱천한 풀벌레를 밟을 뻔했다
유월의 심장을 밟을 뻔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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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0-가을호 <신작시 ①> 에서
* 이화은/ 1991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 시대의 이별법』 『절정을 복사하다』 『미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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